2013년 12월 1일 일요일

[피부접촉 1] 아기는 피부 접촉이 애착을 형성시켜준다. (소아탈진증/마라스무스병)

인간의 몸 중에서 가장 무거운 감각기관은 피부이다.

이 피부는 접촉을 느끼는 신경세포의 수용체들로 가득 차 있고, 그 무게는 약 3㎏이다.



 피부접촉은 특히 갓 태어난 아이의 정상적인 뇌 발달에 필수적이다. 

피부접촉에 굶주린 아이는 잘 먹지 않고, 두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또 이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와 이성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과 불감증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높다.

심지어 산모와 신생아를 격리시켜 놓고 분유를 충분히 먹일 경우, 신생아들은 계속 울고 결국 탈진으로 죽는다. 

이 병을 소아탈진증(marasmus, 마라스무스병)이라 하며, 이 병에 걸리면 아기를 쓰다듬어 주는 것 외에 다른 약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유아 때 피부접촉에 결핍된 아이들은 많이 울며 여러 가지 잔병을 앓게 된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이 부모와 피부접촉을 원하는 정도는 음식을 원하는 생리적 욕구보다 훨씬 강하다고 한다.






이 마라스무스병은 1940년대에 르네 스피츠(Rene Spitz) 박사가 처음 명명했다. 

스피츠 박사는 감옥에서 태어나 길거리에 버려진 아기들을 돌보는 국립 병원의 의사였다. 

그가 이 아이들을 위생적인 환경에서 충분한 음식을 주면서 양육했지만, 전염병 감염율과 유아 사망률이 높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스피츠 박사가 멕시코로 휴가를 갔을 때 우연히 휴양지 근처에 있는 비위생적이고 영양공급도 형편없는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고 울지도 않는 것을 보았다. 

이후 그는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이유가 이웃 마을에 사는 여자들이 매일 고아원에 와서 아기들을 안아주고 이야기와 노래를 해주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그가 다시 병원에 돌아온 후, 아이들과의 피부접촉을 그전보다 늘렸더니 아이들이 훨씬 더 건강하게 자랐다고 한다.

스피츠 박사는 이 연구 결과를 ‘The First Year Of life’라는 책에서 '접촉을 가진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지만, 피부접촉 없이 유모차에서 자란 아이들은 점점 약해졌다.'고 적었다.

1950년대 이후 신경학자와 심리학자의 연구를 통해서 사람 사이의 피부접촉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요즘 미국에서는 ‘피부접촉(터치)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또한 병원의 경우 미숙아를 위한 마사지 치료도 보편화되고 있다.






신생아의 접촉 결핍증에 대한 연구는 2차 대전 당시 고아들이 이유 없이 죽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신생아들은 좋은 음식과 약, 그리고 깨끗한 환경 속에 있었지만 죽어 갔다. 

이 아이들의 사망 원인은 ‘접촉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스컨신대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교수가 밝혀냈다.
1950년대 할로우 교수는 1살 미만의 짧은 꼬리 원숭이 실험을 통해서 어린 원숭이에게 피부접촉이 애착 형성에 굉장히 중요함을 밝혀냈다. 






태어난 후 어미로부터 분리된 짧은 꼬리 원숭이 새끼들은 심각한 행동 장애를 일으켰다. 

즉, 이 새끼들은 우유를 시간에 맞추어 주어도 새끼들은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거나 꼼짝 없이 서로를 껴안고만 있었다. 

또한 판에 박은 행동을 반복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에 흥미를 못 느끼였으며, 접촉을 두려워하고 공격성을 나타내며, 어른이 되어서도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고, 아기를 돌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끼 원숭이들의 이런 행동들은 애착 결핍 때문이었다. 

좁은 의미의 애착이란 태어나서 1년까지 어머니와 피부접촉에 의한 감정적 유대관계이고, 넓은 의미의 애착은 아버지, 자신을 돌봐 주는 사람 등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끼는 감정적 관계를 말한다.

특히, 영아기에 피부접촉을 통해서 안정된 애착관계를 경험하게 되면, 이 영아들에게서 안정감, 자신감, 신뢰감, 협동심 및 타인을 도우려는 태도가 발달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와 안정된 애착 관계가 형성된 유아는 환경을 탐색하거나 지배하는 능력이 발달되고, 집단에서 자신감을 가진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캘리포니아의 임상의사인 빌 존스(Bill Jones) 박사는 가출 소녀의 90%가 접촉 결핍증에 걸려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그들은 가슴에 와 닿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 집을 나선다고 한다.

또한 미국 국립보건원 신경심리학자 제임스 프리스콧은 세계 4백 개의 문화권을 조사하여 어릴 때 아이를 자주 만져주고, 키스나 포옹 같은 연인의 애정 표현에 개방적인 사회일수록 폭력이 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베일은 ‘자신감 있는 아이 키우기’란 책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엄마와 공생관계에 있으며, 이때 아기에게 '우리'의 개념만 있고, '나와 타인'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기는 엄마와 피부접촉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경계를 발견하면서 자아 개념이 싹튼다. 

또 다른 사람이 만져줄 때 아기는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고 느끼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아기와 부모 사이에 이루어진 초기 피부접촉이 나중에 커서 사회적 관계의 모델이 된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교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피부접촉과 섹스를 나쁜 것 등으로 보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또한 아이들을 지나치게 귀여워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경향 또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