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종법제도 3] 종법제도로 바라본 한국인

기독교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로고스)을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독교에서 도덕적인 사람은 로고스, 즉 보편적 원리를 잘 지키는 사람이다.



(Logos의 고대 그리스 문자)

고대 중국에서, 하늘(天)은 유럽의 로고스 개념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원리였다. 

당시 샤먼은 하늘(天)이라는 보편적 원리와 소통할 수 있는 종교적 지도자였고 하늘(天)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다스리는 정치적 지도자였다. 

따라서 샤먼의 성별도 가문도 그의 출생 서열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종법제도는 태어난 순서와 남녀를 구별한다. 

이러한 특성은 그 이전의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전통이 아니다. 



(시베리아 샤머니즘 관련 물품)


따라서 유교는 시베리아 샤머니즘이 원래 가지고 있던 초월성과 평등주의를 부정한다.

결국, 고대 중국에서 하늘을 중심으로 한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초월적 원리는 점차 농경사회의  질서로 변했던 것이다. 

상징적으로 말한다면, 하늘인 아버지의 원리가 땅인 어머니의 원리로 바뀐 것이다.

중국에서 이런 종법제도가 확립될 수 있었던 것은 다분히 농업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동양 철학은 농경민의 철학이고, 서양철학은 유목민의 철학이라고 한다. 

농경민은 자연과 공생하는 지혜를 터득하고 자연에 순응한다. 

반면 유목민은 자연을 개척하는 생활을 한다. 



(목축하는 장면) 



즉 이들은 양들에게 풀을 먹이다가 풀이 없으면 새로운 초원을 찾아 떠난다.

고대 중국의 황하 유역은 농업이 발달하였지만 비가 고르게 내리지 않았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가뭄과 장마의 피해를 입기 쉬웠다. 

이 때문에, 이런 어려운 자연 환경에서 농사를 짖기 위해서 사람들은 집단화하고 서로 협조해야 할 필요성이 아주 컸다. 

따라서 고대 중국에서는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상호 간의 질서와 협조와 화해가 특히 강조되었다. 



(농업은 많은 사람의 협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런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개인은 자연스럽게 집단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 간주되었고, 개인의 개성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결국 중국의 이런 지형적인 특성이 자식의 태어난 순서만을 중요시하는 종법제도로 구체화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고대 중국에서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할 때 양자의 대립이 아닌 일치, 화해, 협조를 매우 중시했으며, 이것이 이후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으로 나타났다.  



 (천인합일 사상)


이 때문에 고대 중국에서 신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권력을 초월하지 못했고 종교의 역할도 세속의 정치, 도덕, 윤리규범을 넘어서지 못했다.

고대 중국의 이런 분위기는 농업을 뿌리로 여기지만, 상업은 천시하는 농본상말(農本商末) 사상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상업은 평등한 교환과 왕래, 즉 가치문제에서 평등 관념을 옹호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상업의 이런 평등사상은 수직적인 종법제도와 어울릴 수 없었다.

그리고 고대 중국인은 종법제도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보다 집단이 화합하는 것을 더 중요시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국인은 아직도 다른 사람 앞에서 수줍어 하는 것을 미덕 또는 겸손으로 여긴다. 

이와 달리 유럽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