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일요일

[피부접촉 2] 남녀는 왜 사랑에 빠지는가?

미국 럿거스대 헬렌 피셔 (Helen Fisher) 교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 활동을 연구하여, 남녀 간의 사랑이 갈망, 끌림, 애착의 3단계를 거치며 단계마다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도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작가
헬렌 피셔
출판
생각의나무
발매
2005.07.22






헬렌 피셔 (Helen Fisher) 교수에 의하면, 사랑의 첫 단계는 갈망이다. 

이 단계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에 의해서 생긴다. 

이들은 뇌와 생식기에서 분비되며, 생식기능과 성적욕구에 관여한다. 

사랑에 빠진 12쌍을 6개월간 조사한 결과 남성은 정상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졌고, 반대로 여성은 높아졌다.

둘째는 끌림 단계는 머릿속이 온통 연인 생각으로 가득찬 시기다. 

이 단계에서 연인들은 식욕을 잃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낮에도 연인 생각만 한다. 

이 끌림 단계를 지배하는 화학물질은 남녀 모두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 도파민(dopamine), 노레피네프린(norepinephrine), 세로토닌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사랑을 부르는 화학물질로 알려졌으며 열정적으로 사랑의 감정에 빠지게 한다. 

다만 유효기간이 2~3개월 정도로 짧다. 

도파민은 만족감과 자신감을 심어줘 사랑을 유지시킨다. 

노레피네프린은 심장을 뛰게 하고 땀이 나게 한다. 

세로토닌은 사랑에 눈멀게 하며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주어 기분을 좋게 하며 생활에 활력을 준다.




(헬렌 피셔 박사)

  
다음은 애착 단계이다. 이 시기에 연인은 불처럼 뜨겁지 않지만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오래된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가 이 단계에 해당된다. 

이 시기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주로 관여한다. 

옥시토신은 출산과 수유에 관련되어 모성애를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엄마와 아기가 감정적으로 서로 깊게 결합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섹스를 자주 할수록 부부 사이의 결합이 더 깊어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들쥐에게 옥시토신을 주사하면 쥐들은 애착행동을 보인다.  




 들쥐


천연 각성제인 페닐에틸아민 역시 사랑에 빠졌을 때 황홀감을 준다. 

사랑에 빠지면 페닐에틸아민 때문에 행동이 어설퍼져서 유독 그녀 앞에서는 발을 헛디디고 행동이 서툴러진다. 

페닐에틸아민은 식품에도 함유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초콜릿이다.  

미시간대 로버트 프라이어 (Robert Fryer) 교수는 ‘사랑에 빠졌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은 연인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연인의 눈을 멀게 만들고, 따라서 주변에서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영국 런던 대학의 안드레아스 바르텔스 교수팀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는 비판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편도체 뒤쪽 부분이 비(非)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런 사랑의 호르몬들이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평균 약 30개월 정도이고, 길어도 4~5년이 지나면 이들의 효과가 사라진다고 한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알게 된 사랑의 장소는 뇌 속의 깊숙한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미상핵(尾狀核, 꼬리 모양의 핵)과 뇌간의 일부분이다. 

  


미상핵 위치


이들 부분은 배부름과 성관계 등 사람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기초적인 욕구' 또는 '보상'에 관련된 곳이다.
또한 우리 몸의 신경계는 접촉감각이 통증감각보다 우선한다. 

이 때문에 쾌락의 접촉감각이 통증감각을 차단할 수 있으며 특히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신체적 접촉은 통증까지도 잊게 하는 능력이 있다. 

루트 저어스 대학교의 버벌리 휘플 교수에 의하면 섹스는 통증을 약화시켜 관절통, 척추통, 두통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아이가 아플 때 아이의 배에 ‘엄마 손은 약 손’하며 마사지하는 것은 과학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전 연구와 달리 최근에 사랑은 단순한 호르몬 작용 외에 다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8년 미국의 연구팀은 연인의 사진을 보여준 뒤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fMRI(기능 자기공명단층)장비로 촬영했다. 

비교을 위해서 사랑에 빠진 후 1년 전후의 젊은 커플들과 20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 커플에게 똑같은 실험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부부 커플의 뇌는 사랑에 빠진 젊은 커플과 똑같은 모습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러트거스 뉴저지주립대학의 헬렌 피셔 인류학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 사랑에 빠질 때의 설렘과 흥분, 열정이 사라지고 대신 편안함, 안정감, 믿음 등 복합적인 긍정적 감정요소가 대신 자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실험에 참여했던 스토니 브룩 뉴욕주립대학의 아더 애런 심리학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심리학자와 생물학자들이 호르몬 분비를 근거로 사랑의 지속기간은 12개월에서 15개월이라고 주장했지만, 사랑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랑을 하도록 하는 약인 사랑의 묘약이 곧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피부접촉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피부접촉에는 유리하지만, 이에 반해 매우 상처받기 쉽다는 단점을 가진다. 

즉, 가재나 게와 같은 갑각류, 또는 거북과 같은 파충류와 달리, 포유류는 포식자로부터 상처받기 매우 쉬운 피부를 가졌다.




또한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 매우 특이하게도 털이 없으며, 이 때문에 인간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서 더 직접적으로 피부접촉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털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은 포식자의 공격에 더욱 상처받기 쉬울 뿐 아니라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의 발생 확률이 높아 사망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이런 위험들을 무릅쓰고 털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의 직접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 많은 피부접촉을 통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 피부에서 털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다른 포유류들과 달리 인간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 또는 인간이 고도화된(의존적인)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도 피부접촉과 일정부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인간이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타적인 행동들도 피부접촉과 어느 정도 관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사랑은 접촉이고, 접촉은 곧 사랑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참조1: [피부접촉 1] 아기는 피부 접촉이 애착을 형성시켜준다. (소아탈진증/마라스무스병)